홈 조성환 원장 칼럼 “집중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 ADHD를 살펴봐야 할 때
“집중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 ADHD를 살펴봐야 할 때
조성환 원장 | 2026.09.15

“조금만 집중하면 잘할 텐데…”
숙제 하나를 끝내는 데 한참이 걸리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부모님은 답답함과 걱정을 함께 느낍니다. 타일러도 보고, 혼도 내 보고, 보상도 걸어 보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오래, 여러 곳에서 반복된다면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DHD가 어떤 상태인지, 아이마다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집에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ADHD는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절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의를 유지하고, 충동을 조절하고, 해야 할 일을 계획해 끝까지 이어가는 기능이 또래보다 어렵게 작동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기능을 묶어 실행 기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게임에는 몇 시간씩 몰입하는 아이가 숙제 앞에서는 5분을 못 버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흥미가 있을 때가 아니라 흥미가 없어도 해야 할 때 조절이 특히 어렵습니다. 부모님 눈에는 “하고 싶은 것만 한다"로 보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이마다 모습이 다릅니다
같은 ADHD라도 아이마다 모습은 크게 다릅니다.
부주의가 두드러지는 아이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실수가 잦고, 준비물을 자주 빠뜨립니다. 수업을 방해하지 않아 얌전해 보이기 때문에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여자아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더 흔하게 보고됩니다.
과잉행동·충동성이 두드러지는 아이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렵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듭니다. 친구와 다툼이 잦거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 다치는 일이 많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는 아이
학교에서는 온 힘을 다해 버티다가 집에 와서 감정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집에서만 이런다"며 양육을 탓하기 쉽지만, 하루 종일 조절하느라 지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집에서 확인해 볼 신호
- 숙제나 정리처럼 꾸준함이 필요한 일을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어려워합니다.
- 같은 지적을 여러 번 들어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 지시를 끝까지 듣기 전에 움직이거나, 중간에 다른 것에 빠져듭니다.
- 기다리는 상황에서 유난히 힘들어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옵니다.
- 사소한 일에도 감정 기복이 크고, 화가 나면 가라앉는 데 오래 걸립니다.
- 이런 모습이 집과 학교처럼 두 곳 이상에서, 6개월 이상 이어집니다.
한두 가지가 보인다고 바로 ADHD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 부족, 불안, 학습의 어려움, 틱, 시청각 문제처럼 비슷해 보이는 원인도 많기 때문에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ADHD와 함께 살펴야 하는 것들
ADHD는 혼자 오기보다 다른 어려움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틱: 틱과 ADHD가 함께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쪽만 보면 다른 쪽을 놓치기 쉽습니다.
- 불안과 감정 조절: 반복되는 지적과 실패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이 커지기도 합니다.
- 수면: 잠드는 데 오래 걸리거나 자주 깨면 낮 동안의 집중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산만하다"는 한 장면만이 아니라 아이의 하루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집에서 도울 수 있는 것
“왜 이것도 못 하니"보다 “어디가 어려웠어?“라고 물어 주세요.
아이도 스스로를 ‘문제 있는 아이’로 여기지 않게 되고, 어려운 지점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됩니다.
할 일은 작게 나누고, 끝냈을 때 바로 알아주세요.
“숙제해” 대신 “수학 3문제 풀고 보여 줘"처럼 짧고 구체적으로 나누면 시작이 쉬워집니다. 칭찬은 늦지 않게, 바로 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눈에 보이게 만들어 주세요.
해야 할 일 목록, 타이머, 준비물 체크표처럼 머릿속에 담아 두어야 할 것을 밖으로 꺼내 주면 아이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몸을 쓰는 시간을 확보해 주세요.
규칙적인 운동과 바깥 활동은 아이가 에너지를 조절하고 잠을 잘 자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미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이럴 때는 진료를 받아 보세요
- 학교에서 수업 태도나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을 때
- 아이가 “나는 원래 못해"처럼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할 때
- 숙제와 등교 준비로 매일 가족 간의 갈등이 이어질 때
- 틱, 불안, 수면 문제가 함께 보일 때
원장의 한마디
저는 “산만하다"는 한 가지 모습만으로 ADHD를 보지 않습니다. 수업 중 집중, 충동성, 과제 수행, 감정 조절, 수면, 불안, 틱 여부까지 함께 살핍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억지로 얌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조절이 어려운지를 찾아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나도 할 수 있네"를 경험하는 순간이 쌓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다면 진료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유튜브 「뇌신경 한의사 조성환」 운영 ·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학술이사

